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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과 칠순
    기억하고 싶은 날 2023. 9. 12. 14:42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약속이 생겼는데, 직장동료 자녀의 돌 잔치에 초대되었다. 손님이 회사 직원들로 구성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마치 회식같은 자리이기도 했지만, 본질은 귀여운 아기의 첫번째 생일인 것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뽀얗게 찹쌀떡을 빚어 놓은 것 같은 통통한 볼에 아직은 무표정에 가까운 천진한 얼굴의 아이는 세상에 나와 일년을 꼬박 잘 지내왔고, 부모는 아이를 키우느라 뒤에서 물심양면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조금이나 격려하는 좋은 자리였다.
     
    몇 시간 전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토요일 점심에 생일 잔치가 열렸다. 토요일 아침 눈을 떠서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누나한테 카톡 메시지가 많이 와 있었다. 읽어보니 아버지 칠순 생일잔치 사진들이었다. 아버지가 칠순인 해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사실 환갑이 만 60세 생일이라고 알고 있어서, 칠순도 만 70세 생신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칠순부터는 양력으로 70세, 80세, 90세, 100세를 따지는 것이었다. 
     
    사진을 보니 동네 맛 좋고 아늑한 식당에서 큰외삼촌, 큰외숙모, 이모, 이모부, 사촌형, 작은아버지, 사촌동생 내외 등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는 가까운 친척분들을 모셔서 요즘 많이 하는 것처럼 작은 플랜카드를 부쳐놓고 아버지에게 감사패도 전달하는 그런 자리였다. 아, 아버지 생신이 곧 다가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생신이 칠순이었다니 이렇게 또 한 번 불효자는 웁니다. 
     
    식당을 전체 빌린 것은 아니고, 손님 인원수에 맞게 한쪽 구석에서 생일 잔치를 하셨을 아버지, 그리고 그것을 준비했을 누나와 매형, 같이 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내가 준비했으면 부끄러워서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손님들 앞에서 나직이 소회를 말하는 돌잔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서라면 부끄러워서 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했다. 그러나 부끄러움보다 중요한 가치는 본질일 것이다. 사람의 세월을 추억하기 위한 여러가지 의식들, 가령, 이번에는 돌과 칠순, 이런 의미있는 관습들을 지켜가는 그런 모습이, 부끄러움보다는 해야하기에 해내는 그런 모습들이 쌓여갈수록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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