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결국 또 싸우다
    싸우지 말자, 돈 때문에! 2023. 10. 26. 00:41

    아침에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주유비가 생각보다 많이 든다고 한다. 아내는 당장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보다 주유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생각도 한참 이야기를 하다 들은 것이다. 나는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넘겨짚었고 직접 통화하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로 주고받다보니 그럭저럭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대화가 심화되었고, 결국 통화를 하다가 하고 싶은 말을 또 해 버렸다. 돌이켜보면 아내 말이 맞다. 나는 내가 임의대로 한달 예산을 정하고 그 안에서 맞춰 쓰라고 하면서 월말 가서 돈이 쪼들리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고, 절약을 위해서는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내 말은 그렇다면 이렇게 하소연 하는 것도 예산을 정하는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 아니냐 하고 반문하는데, 들었을때는 부인하고 싶었지만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예산을 세우면 안 싸우진 않겠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내 생각은 고정비가 너무 많다는 것, 한 달 예산으로 넉넉하게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씩 떼어보면 둘째 유치원비 등 큼직하게 들어가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 부분을 온통 한달 예산이라고 생각하니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한 덩어리로 보여서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것 같다. 

     

    하지만, 꼭 들어가야 하는 그런 학비와 같은 고정비를 떼어놓고 실제로 생활비를 쓰는 아내 입장에서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다를 것이다. 예산이 너무 세밀해질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그건 더 힘든 일이다. 대신에 예산에 고정비와 변동비를 나누고, 고정비는 필요한 시기에 지출이 될 수 있도록 통장에 구분을 지어야겠다. 

     

    멕시코에서 지금 쓰는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 계좌를 새로 만드는 것은 필수적이진 않을 것 같다. 대신에 최근에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처럼 한 계좌에 Apartado 라고 계좌 내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발견했다. 지금은 그냥 페소통장으로 받은 금액이 계좌에 있으면 예산 체크도 어려울 것 같고(솔직하게는 예산을 초과해서 써버려도 서로 모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카드라도 분실하면 잔고가 위험하니까 딱 그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Apartado를 하나 더 만들어서 그 달 고정비 예산을 넣은 다음 사용해야겠다. 

     

    그럼 조금 더 관리가 수월해질까?

     

    이걸로 또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겠지만 잘 안되면 하나씩 바꿔보는 거지. 

     

    그보다 먼저 아침의 대화로 부정적인 기분으로 시작한 아내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겠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