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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챙겨먹기 (부제 : MEAL PREP)
    Viva! 멕시코 2023. 9. 14. 00:07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을 꼽자면 밥 먹는 시간이다. 이 곳에서는 점심과 저녁으로 직원식당에서 한식을 주는데 한식을 먹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맛있기까지 하다. 다만, 아침을 어떻게 해야하나가 유일한 고민거리이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시간까지 참을법도 하지만, 또 멕시코 직원식당에 가면 되긴 하지만,  나에겐 아침을 챙겨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봤는데 그 과정은 아래와 같다.
     
    - 바나나스무디 : 바나나 껍질을 까서 냉동시켜 놓은 다음 얼린 바나나 1개와 우유를 넣고 핸드믹서로 갈아 먹는 방법이다. 정 먹을게 없다거나 전날 야식을 해서 아침에 속이 부대낄 때 5분의 여유만 있다면 해 먹기 딱 좋은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가 몇년째 아침은 이렇게 먹는다며 영상을 올렸는데, 얼린 바나나 1개, 우유, 아몬드, 냉동 블루베리 이렇게 넣어서 막 갈아서 믹서기 컵째 마시는 것을 보고 당장 따라하자는 생각에 코스트코에서 브라운 핸디믹서를 샀고 꾸준히는 아니지만 냉동실에 쟁여놓은 바나나가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우유가 냉장고에 있을때는 가끔 해 먹는다. 
     
    - 삶은 계란 : 말 그대로 삶은 계란, 2개 정도 삶아서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허기가 질 때 쯤 하나 까서 믹스커피랑 같이 먹으면 진짜 딱이긴 하다. 삶은 계란 노른자의 비릿한 뒷맛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비릿함을 믹스커피의 달콤고소함이 딱 감싸준다. 
     
    - 아보카도 : 멕시코에서 제일 가성비 있는 음식은 역시 아보카도, 마트에 가도 딱딱한 것 밖에 없는 경우가 많지만 사다 놓고 몇일만 지나도 먹을만하게 후숙된다. 갈변되므로 미리 만들어 둘 순 없고, 아침에 일어나서 겉껍질을 간단하게 씻고,  칼로 반 자르고 또 칼로 씨를 탁 찍어서 빼 내고 숟가락으로 과육만 파내서 송송 썰어 밀폐용기에 넣는다. 리몬(탁구공 만한 초록색 라임을 멕시코에서는 리몬이라고 부른다) 하나 잘라서 즙을 짜내고, 소금 후추 살짝 뿌리고 만약 삶은 계란이 있다면 같이 잘라서 밀폐용기에 담으면 아주 괜찮은 아보카도 샐러드가 완성된다. 
     
    - 샌드위치 by Meal Prep : 옆 방에 사시는 분이 식당에서 거의 본적이 없어서 어느날 같이 술자리가 있어서 식사를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봤었다. 일주일 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아침에 한 개씩 먹고 출근하신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에엥? 이랬다. 나에게 샌드위치는 반 신선식품의 범주인데 어떻게 일주일 치를 만들어서 먹을까? 상하진 않더라도 6~7일째 먹을때는 맛이 가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내가 간과하고 있던 밀프렙(Meal prep.)의 범주의 음식이었던 것이고, 우리에겐 냉동과 전자렌지라는 아주 획기적인 인류의 발명품이 있었던 것이다. 버터를 쓰면 더 좋겠지만 예전에 큰 통으로 사놨던 마가린이 냉장고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우선 BIMBO 식빵(우리나라 샤니 식빵 같이 슈퍼에서 파는 식빵) 을 마가린을 녹인 팬에 지지고, 샌드위치 햄 한 장, 치즈 한 장, 양파 채 썬것 조금, 하바네로 생고추 조금, 아보카도, 그리고 빵 한 쪽에는 마요네즈를, 다른 한 쪽에는 꿀을 발라서 4~5개 정도 샌드위치를 만든다. 그리고 키친타올에 하나씩 싸고, 샌드위치용 지퍼락에 하나씩 넣어서 냉동을 시키는 것이다. 사무실 건물에는 공용 전자렌지가 있어서 뎁혀 먹으면 아무 간편하다. 다만, 음식 냄새를 풍길수 밖에 없고, 또 매일 먹기에는 질리기도 한다는 점, 그리고 냉동했다 해동되니 약간은 축축해지고 맛은 조금 없어진다는 점만 빼면 이 또한 훌륭한 방법이다. 다만, 2주 정도 하니 조금 귀찮아지긴 했다.
     
    - 샐러드 by Meal Prep : 결국 돌아서 샐러드로 왔구나. 어젯밤에 일주일만에 마트에 가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사 왔다. 샐러드, 로메인상추, 서양 배, 파프리카와 닭가슴살 한 팩을 사 왔다. 세면대에서 야채들을 꼼꼼히 씻고, 정수기 물에 한 번 헹궈냈다. 그리고 탈탈 털고 그래도 남은 물기는 키친타올로 꼼꼼히 닦아냈다. 그렇게 야채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먹기 좋은 크기를 썰었다. 닭가슴살도 물로 씻고,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유를 겉에 발라줬다. 식용유를 둘러서 굽다가 살짝 겉이 익었을 때 안까지 잘 익으라고 칼집을 내줬다. 냉장고에 예전에 캠핑갈 때 만들어 놓고 안 먹는 쌈장이 있었는데 밀폐용기 하나가 아쉬워서 덜어낼 요량을 쌈장을 중간 정도 익은 닭가슴살에 잘 펴 발라줬다. 닭가슴살이 노릇노릇 잘 구워지자, 밀폐용기를 다섯개 준비해서 야채를 골고루 나눠 담았다. 그리고 닭가슴살은 따로 밀폐용기에 넣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드레싱은 만들수도 있지만 귀찮아서 올리브유 베이스로 된 시판 드레싱을 사왔다. 다음 날 바로 먹을 것이기에 냉동시키지 않은 닭가슴살 구이를 아침에 오늘 먹을 샐러드 통에 옮겨 담아서 출근해서 먹었다. 
     
    매일 같은 것을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때 상황에 맞게 챙겨먹게 될 테지만, 아마도 한 두개의 방법이 추가될테지만 위의 방법들을 번갈아가면서 챙겨먹게 될 것 같다. 아침을 챙겨먹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루틴이다. 아침을 챙겨 먹을 수고를 들이는 날은 그 하루가 온전히 소중하게 느껴져 허투루 보내고 싶어지지 않게 되는 그런 힘이 있는데 이것이 루틴이 주는 힘이다. 
     
    잘 챙겨 먹자. 앞으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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