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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헐적 단식
    Viva! 멕시코 2023. 12. 4. 10:56

    시작
    블로그 이웃으로 되어 있는 성정길 씨의 블로그에서 3일 단식을 한다는 글을 봤다. 단식은 티비에서 정치인이 하는 것이지, 내 생활에 단식이 등장하게 될 줄을 몰랐다. 지나가는 글을 본 것 뿐인데 갑자기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단식이라는 키워드가 내 머릿속의 알고리즘에 따라 간헐적 단식에 닿은 것이다. 
     
    간헐적 단식이란?
    단식하는 시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16:8 방식이다. 정오~오후 8시까지 8시간 동안 식사를 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다. 식단은 자유롭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공복 상태를 12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정 시간이 넘어서면 몸이 키토 상태로 변하게 되어 내 몸에 쌓인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키토' 상태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추가적인 에너지원이 식사로 공급되지 않으면 몸이 체내에 쌓인 지방을 먼저 연소시킨다는 점이 간헐적 단식의 핵심인 듯 하다.  
     
    실행
    현재 회사에서 한국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다. 아침도 현지 급식소에 가면 먹을 수는 있지만 아침 시간이 촉박하기도 해서 잘 가지 않는다. 대신에 샐러드, 바나나스무디, 샌드위치 등 다양하게 아침을 준비해서 먹어왔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평생을 함께 해 온 습관이었다. 상식적으로도 아침식사가 중요하다고도 하니 아침을 거르는 것에 대한 죄의식마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을 먹는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공식적으로 아침을 거를 이유가 생겼다. 평생을 함께 해 온 습관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도 있다. 아침을 공식적으로 거른다는 점이 간헐적 단식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이유다. 
     
    다이어리를 짚어보니 2023년 10월 20일에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한 달 반이 지났다니, 생각보다 오래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완벽하게 치팅 없이 간헐적 단식을 해 왔는지 자문한다면 100점 만점에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회식 등으로 8시를 조금 넘겼을 때도 있었고, 일하느라 저녁을 늦게 먹은 적이 한, 두 번 있었는데 이런 몇 번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8시 이후 야식을 먹는 적이 없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사실 습관적으로 자기 전에 맥주 한 잔 마시던 것, 가끔 야식을 먹던 것, 특히 야근을 한 날이면 보복폭식을 하는 그런 습관을 간헐적 단식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제하고 있따는 점이 어쩌면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야식을 먹은 다음 날 속이 안 좋다. 나는 잔뜩 먹고 겨울잠 자듯 자는 그런 것을 견디는 몸은 아니다. 그런 몸이 있을까 싶지만 밥 많이 먹고 배 두드리며 잠 자는게 행복하다는 그런 얘기들도 있는 것 보면 그런 축복받은 소화기관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일시적인 뇌가 느끼는 쾌락일 뿐, 소화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면 다음 날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다. 그런 것을 알지만 야식은 끊기 힘들다. 그런데 간헐적 단식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야식을 먹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걱정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생긴 걱정도 있다.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그 부분이 여전히 불안하다. 아침을 오래 거르면 위장병이 걸린다던데,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습관인데 나중에 몸이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아서 찾아오는 허기를 꽤 차분하게 참아낼 수 있고, 아직까지 속이 쓰리다던가 하는 몸의 신호는 없다. 오히려 몸이 가뿐한 느낌이기도 하다. 공복 후에 점심을 먹을 때 폭식을 하지 않기 위해 의식하려고 노력한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점심을 먹고 소화시키는 부대낌이 덜하다. 걱정을 썼지만 또 긍정적인 효과를 나열하게 되네. 
     
    주말 아침
    평일에는 더 자고 싶지만, 일요일이면 더 자도 되는데 6시면 눈이 떠지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번 주 일요일에도 전날 일찍 곯아떨어진 덕에 새벽에 눈이 떠졌다. 평일에는 일 하느라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하는데, 일요일 아침은 잠에서 깨어나고 12시에 점심을 먹기까지 공복의 시간이 아주 길게 의식된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그냥 최대한 누워있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은 몸을 좀 부단히 움직여봤다.
     

    돼지갈비
    지난 주에 양념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나도 지난 번 캠핑할 때 만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너무 건강한 맛이고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자극적이지만 좀 달달하게 만들어 먹어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원하는 레시피를 찾아 헤맸다. 역시, 코카콜라가 들어가는 레시피가 있다. 콜라에 흑설탕 듬뿍, 달달하지 않을 수 없는 레시피다. 12시간을 숙성시키라고 했지만 8시에 만들어서 4시간만 숙성시키고 공복시간이 끝나며 바로 먹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일단 빛깔은 합격,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돼지목살을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서 버너를 챙겨서 방을 나섰다. 캠프 끝자락을 가면 예전에 바베큐 파티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는데 주말에 그 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옆 방 분의 말을 듣고 거기가서 구워 먹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런데, 그 옆 방분이 벌써 자리를 잡고 계신다. 의자에 누워서 주무시는 것 같길래 그 옆에 가서 고기 굽는 냄새를 피우는 것도 아닌듯 하여 사이트 앞 바다 카바냐(건조한 야자수 잎등을 엮어 2면을 막아놓고 그 안에 탁자와 의자를 갖다 놓은 휴식 공간)에 가 봤다. 공용 공간이다보니 위생상태는 아주 안 좋았다. 심지어 지른내까지, 아마 맥주 마시고 노상방뇨를 갈겨 놓았나 보다. 그럼에도 자리를 잡았는데, 결정적으로 후라이팬을 두고 왔다. 에잇, 이리저리 방황하다 맘 편히 방에서 먹자는 생각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환풍기를 틀어 놓고 양념돼지목살을 구웠다. 수분이 많아서 한 동안 국처럼 물이 흥건해서 끓여지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고기기름만 남고 지글지글 구워지기 시작한다. 적당히 구워서 따뜻한 밥과 함께 기대하면서 한 점을 들었다.
     
    '우왕, 식당맛이다.' 
     
    이번엔 성공했다. 콜라일까, 설탕일까. 정말 맛있었다. 잡내도 거의 안나고, 달달 짭조롬 한 것이 내 입맛에 딱이었다. 숙성 후 남은 양념국물에 고기를 더 재워먹고 싶을 정도였다. 오 레시피도 간단하고, 다음에 꼭 재워서 가족들이랑 먹어야지. 
     

    세차
    돼지갈비를 재워두니 8시 반이다. 아직도 시간이 많다. 시간도 많은데 세차를 다녀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나오는 유일한 곳이 있어서 가끔 세차를 하러 가곤 한다. 오늘은 구멍난 양말도 챙기고, 안 쓰는 바디샴푸도 챙겼다. 다 떨어진 수세미도 챙겼다. 이 곳의 세차는 사실 모래를 떨어내는 세차다. 물만 뿌려도 수북이 쌓였던 모래들이 흘러내린다. 물만 뿌려도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차 상태가 확연이 달라진다. 하지만 물만 뿌려대고 나면 말리고 나면 흙탕물 흔적이 남아서 절반짜리 세차가 된다. 오늘은 구멍난 양말도 챙겨오고, 수세미도 챙겨 왔으니 물을 뿌리면서 차를 닦아줬다. 외부세차는 그렇게 금새 끝내고, 내부 세차를 시작한다. 먼지는 이곳 저곳 안 쌓인 곳이 없다. 바닥엔 모래와 작은 돌들이 수북하다. 닦아도 티도 안나지만 그래도 세차가 끝나고 물기가 마르면 몇 일은 실내에 먼지가 많이 안보여 기분이 참 좋다. 그리고 요새 점심, 저녁으로 내 차로 밥을 먹으러 움직이기 때문에 차를 같이 타는 분들에게도 쾌적함을 주는 것 같아 좋다. 열심히 세차를 마치고 돌아오니 10시다. 
     

    기타
    간헐적 단식이랑은 다른 주제이지만, 이미 간헐적 단식은 핑계고 이번 주말의 일기를 쓰는 중이다. 이른 오후에 체육관에 가서 기타를 쳤다. 체육관 건물이 아주 널찍해서 운동하는 곳과 기타를 친 공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노래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오늘은 낮에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었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일요일 낮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쳤다. 맥주 한 캔도 챙겨와서 몰래 홀짝이며 오후 햇볕을 쬐며 기타를 쬐니 음유시인이 된 느낌이다. 따뜻하고 우렁차고 시원한 오후를 보냈다. 
     
    주말에 사무실에도 잠깐 가려고 했지만, 그만 두기로 한다. 그리고 카페에 와서 글을 썼다. 중간에 과달라하라에서 영상통화가 걸려와서 가족들이랑 통화하는데 마음이 어설퍼서 빨리 방으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다시 조금 차분해져서 글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다. 
     
    다음 주도 잘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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